피플 > 아산인 이야기 수술만큼 중요한 것은 환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2015.05.18

수술만큼 중요한 것은 환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 비뇨기과 송채린 교수

 

우연히 시작된 꿈

1990년 가을, 한국 의료계는 새롭게 도입된 복강경 수술로 들썩였다. 배를 가르지 않고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이 혁신적인 수술방식이 국내에 처음 도입되자, 뉴스에선 너도나도 복강경 수술 기사를 앞다퉈 다뤘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던 송채린 교수는 한 주간지에서 이 기사를 접하고 무척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10여 년 후, 복강경 수술을 통해 비뇨기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었다. 그녀는 그때 그 기사를 본 것을 ‘우연’이라고 설명했다.


반복된 ‘우연’이 만들어 낸 ‘운명’

 

그녀가 비뇨기과를 선택한 것 역시 우연에서 시작되었다.
이전까진 병원의 규정상 여자 인턴이 비뇨기과에 몸담을 수 없었지만 송채린 교수가 인턴을 시작하던 해부터 여자 인턴도 비뇨기과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병원의 규정이 바뀌었다.
그녀는 그렇게 우연히도 비뇨기과를 경험한 첫 여자 인턴이 되었고, 수많은 전문 분야 중 가장 처음 실습한 곳이 때마침 비뇨기과였다.
평소 외과계열 진료과에 관심이 많아서 첫 실습부터 큰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사람 간 만남의 우연이 반복되면 인연이라고 표현하듯, 중요한 순간의 우연이 반복되면 운명이 아닐까?
그녀는 전공을 선택해야 하던 순간에 망설임 없이 비뇨기과를 선택했다.
이것이 겹겹이 쌓인 ‘우연’이 만들어 낸 그녀의 ‘운명’이었다.

 


비뇨기과의 여의사가 환자의 마음을 얻는 법

운명처럼 마주하게 된 비뇨기과였지만 여자의 몸으로 비뇨기과에서 일하기란 쉽지만은 않았다. 전국의 비뇨기 전문의 중 여의사는 40여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이 수치만 봐도 알 수 있듯 비뇨기과는 의사도 환자도 남자의 비율이 월등히 많은 진료과이다.
전립선 관련 환자가 많기 때문에 주된 환자 역시 아버지뻘 되는 중장년의 남성이 주를 이룬다. 이들이 젊은 여의사에게 마음을 열기란 매우 어려운 일. 하지만 지금은 그녀에게 진료를 받은 환자가 또 다른 환자를 소개해주고, 병원 직원들 또한 가족들을 소개해 줄 만큼 믿음직한 의사로 정평이 나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자신을 찾아온 환자의 마음을 여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바로 ‘환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그녀가 이 방법을 깨달은 것은 전공의 1년 차 때였다.


수술만큼 중요한 것은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태도

그녀가 전공의 1년 차 때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수술에 참여한 적이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촌각을 다투는 응급수술이 아니라 수술만 잘하면 금방 퇴원할 수 있는 비교적 가벼운 수술이다. 환자의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수술을 무사히 마친 환자에게 그녀는 제시간에 소변을 잘 보는 지 체크해야 한다고 당부한 후, 좀 더 손이 필요한 응급환자들을 돌보는 데 힘썼다. 그런데 그날 밤, 회진을 돌던 그녀에게 이 환자가 불같이 화를 냈다. 하루 종일 선생님 말씀대로 소변보는 시간과 상태를 체크하며 기록해두었는데 날이 저물도록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당시 그녀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이상이 없는 환자가 그토록 화를 내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난 뒤 생각해보니 수술의 성공 여부를 떠나 자신의 몸 상태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게 환자의 당연한 마음이고, 수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의사의 태도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날 이후, 그녀는 환자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 주는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이 깨달음은 그녀가 환자들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되었다.


신장의 가능성을 닮은 사람

그녀는 비뇨기과에서 일하는 장점에 대해 환자가 쾌차하는 모습을 빠르게 볼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전문 진료 분야인 전립선 질환과 신장 질환 모두 진료 효과가 비교적 빠르게 나타나는 편인데, 특히 신장의 경우 다른 장기와 달리 두 쪽이 달려있어서 한쪽이 없어도 나머지 한쪽으로 생활할 수 있고, 두 쪽 다 없으면 투석도 가능하며, 때에 따라 이식도 가능해 다른 장기보다 훨씬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녀는 이러한 신장에 대해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고마운 장기’라고 표현했다.


남자들이 주를 이루는 비뇨기과에서 여의사로서 앞선 길을 걷고 있는 송채린 교수. 그녀 역시 운명처럼 마주하게 된 비뇨기과에서 신장만큼이나 큰 가능성을 보여주는 고마운 존재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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