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기적의 드라마를 써내는 섬세한 손끝 2016.12.22

기적의 드라마를 써내는 섬세한 손끝 - 간이식 및 간담도 외과 박길춘 교수

 

‘애앵~ 애앵~’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귓속을 파고든다. 생과 사의 미세한 틈을 가로지르며 검푸른 새벽의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앰뷸런스. 덜컹거리는 앰뷸런스 안, 소중한 생명을 살릴 뇌사자의 간을 부여안고 마음은
벌써 수술실에 서 있는 사람이 있다. 간이식 및 간담도외과 박길춘 교수다.


간이식팀의 막내, 완성체를 꿈꾸다

1992년 첫 간이식을 성공한 이래 24년 만에 국내 최초로 간이식 5천 례를 달성한 서울아산병원 간 이식팀. 박길춘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의료진이 한 수 배우기를 청하는 세계 최고 간 이식팀의 막내 교수다. 간이식 수술은 기증자에게서 간을 절제하는
기증자 수술과 절제한 간을 다시 수혜자에게 이식하는 수혜자 수술로 나뉜다.
보통 간이식 의사는 두 가지 중 한 가지 수술을 전문으로 하게 되지만 박 교수는 이 두 가지 분야가 모두 가능한 몇 안 되는 교수 중
한 명이다. 수혜자 수술은 특히 까다로운데 지름 1~3mm에 불과한 간동맥을 미세현미경으로 보며 문합하는 섬세한 손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세현미경 수술은 저희 팀에서 안철수, 문덕복 교수님 그리고 저, 이렇게 세 명이 하고 있어요. 굉장히 섬세함이 필요한 수술이라
감각을 잃으면 안 되기 때문에 매일 조금이라도 연습해서 손의 느낌을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외과의 모든 기술이 집약된 간이식 분야. 비록 남들이 꺼려하는 어려운 길일지라도 최고의 외과의사라는 자부심이 지금의 박길춘
교수를 만들었다. 폐결핵으로 평생을 고생하신 아버지를 보며 내 가족은 내가 지키겠다는 결심으로 의대에 진학했다는 박 교수.
그때 그 소년은 지금 더 많은 환자와 가족들을 지키고 있다.


극한직업의 비애

하루도 빠짐없이 빼곡히 들어찬 수술일정에 날새기 일쑤인 극한직업. 박길춘 교수도 사람인지라 때로는 내가 왜 이렇게 아등바등
살고 있나 서글퍼지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식인 한 생명을 구해낸 순간, 눈물 흘리며 박수치는 보호자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몇 번이고 이 일을
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후회하기 싫으면 그렇게 살지 말고, 그렇게 살려면 후회하지 마라

 

새 생명을 선사한 환자에 대한 기억만큼 안타깝게 떠나 보내야 했던
환자들의 기억은 박 교수의 마음에 오랫동안 남아있다.
6개월간 중환자실을 떠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한 할아버지를 보며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기력함에 할머니와 부둥켜안고 울었던 기억,
아내와 아기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젊은 환자...
박 교수는 환자 한 분 한 분이 떠나며 남긴 뼈아픈 교훈을 가슴에 새긴다.

“2025년까지 3D 프린터로 인간의 장기까지 제작하는 바이오프린팅
기술이 개발될 거라고 하잖아요. 지금까지는 의사로서 스킬을 늘려가는
기간이었으니까 앞으로는 장기이식의 미래 같은 장기적인 주제로
고민해 보고 싶습니다.”

 

‘후회하기 싫으면 그렇게 살지 말고, 그렇게 살려면 후회하지 마라’ 라는 말을 좌우명 삼아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는 박길춘 교수.
앞으로도 더 많은 환자들에게 인생 2막을 열어주길 응원한다.

보다 건강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이 콘텐츠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뒤로가기

서울아산병원 뉴스룸

개인정보처리방침 | 뉴스룸 운영정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