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환자는 물론 그 가족의 삶까지도… 2016.07.14

환자는 물론 그 가족의 삶까지도… - 간이식 및 간담도외과 송기원 교수

 

간이식 및 간담도외과 송기원 교수의 원래 꿈은 암을 치료하는 의사였다. 이왕이면 세계 최고 암센터가 있는
미국으로 가서 공부할 계획이었다.
공보의 2년 차 때 우연히 ‘사선에 선 생명’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차가운 수술실.
그곳에선 살아있는 사람의 간을 잘라 내어 말기 간암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진행되고 있었다.
생체 간이식 수술이었다. 그때 본 장면을 잊지 못해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에 자원했다.


성실함과 뚝심으로

물론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언제 밥을 먹고 언제 잠을 자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환자에게 매달리는 선배들을 보며 송기원 교수
역시 개인 생활을 반납하고 치료에 매진했다. 전임의 시절 함께 근무하던 동료가 중도에 병가를 내 힘든 병동 담당을 무려 6개월 동안
혼자 해야만 했다. 그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맡은 일을 묵묵히 해냈다.

송기원 교수는 이후 간이식 팀 내에서 기증자 수술과 수술 후 환자 관리 등을 주로 담당하게 됐다.
어느 날 이승규 교수가 그를 호출했다.

“ABO 혈액형 부적합 수술을 해야겠다.”

혈액형 부적합 수술은 2007년 국내에서 이미 한 차례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성적이 좋지 않아 누구도 다시 도전하지 못하고 있던
때였다.

“한번 해 보겠습니다.”

그는 먼저 혈액형 부적합 생체 간이식의 선발주자였던 일본 교토대학으로 견학을 갔다. 낮에는 수술을 참관하고, 밤에는 낮에 본
수술을 떠올리며 공부를 했다. 혈액형 부적합 수술에 필요한 특별한 면역억제제 기법을 알아내려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그의 뚝심에
의사들은 논문을 건네주거나 앉아서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3박 4일간을 머물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쯤 그의 손엔 8장의
A4 용지가 들려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우리 병원만의 프로토콜을 만들어 수술을 세팅해 나갔다.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 수술은 수술 만큼 수술 후
관리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는 특유의 집요함으로 시작 1년 만에 안전하게 혈액형 부적합 수술을 정착시켰다.
수술 횟수가 20건이 넘어가는 동안 성공률은 100%였다.

송 교수는 요즘 바쁜 시간을 쪼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체결된 ‘아산-미네소타 프로젝트’. 그는 프로젝트의 주요 연구
주제인 ‘이식면역 관용유도요법’의 책임자로 미국 미네소타 의대팀과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샌프란시스코(UCSF) 의과대학
강상모 교수팀과 비슷한 주제의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가 성공하면 환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먹지 않아도 된다.

“쉽고 안정된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하는 것만큼 수술 후 환자의 삶을 돌보는 것도 의사의 책임이니까요.”


내 환자에 대한 책임감

 

송기원 교수는 어떤 일이라도 철두철미하게 준비해서 최선의 결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수 6년 차인 그는 아직도 주중에는 병원에서
먹고 자고 생활한다. 주말에 잠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일요일 오전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 회진을 돈다. 간이식 수술 후 환자 관리를 담당하는
그는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뛰어가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가장 적절한 치료를 한다.
그의 레지던트 시절부터 함께 일해왔다는 한 간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송기원’이라는 이름 석 자에서 오는 안도감이 있어요. 교수님 환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 간 파트 담당이지만 그 이외의 부분까지 환자를
통합적으로 바라보고 환자의 문제에 늘 정확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시니까요. 본인 환자는 입원부터 퇴원까지 철저하게 계획해 챙기실
만큼 환자에 대한 책임감이 크시죠.”


그에게 책임감이란 얼마 만큼의 무게일까?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증’이라는 희귀병으로 15살 때 간이식을 받았던 친구가 있었어요. 25살 때 그 병이 재발해서 병원에
다시 왔는데 상태가 심각해서 재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가정 형편이 너무 어려워 수술비가 감당되지 않아 가족들도
거의 포기하고 있었어요.”


그는 진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테니 포기하지 말자고 가족들을 설득했다. 결국 가족의 동의를 받아 재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올해 30살이 된 환자에게 얼마 전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한 사람을 살린다는 것도 굉장히 값진 일이잖아요. 그런데 간이식 수술은 그 환자 가족의 삶까지 달린 수술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일은 긴장감을 잃거나 다른 이유로 쉽게 포기해선 안 되는 일이에요.”


월요일 오전 8시. 그의 회진 시간. 며칠 전 다리를 다친 그는 환자들과 만나기로 약속한 시각이 되자 어김없이
나타났다. 복도 끝에서 목발을 짚고 걸어오는 그의 모습. 이것이 그의 책임감의 무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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