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정말 좋아야 할 수 있죠” 2016.08.26

“정말 좋아야 할 수 있죠” - 호흡기내과 허진원 교수

 

“중환자실은 정말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면 맡을 수가 없어요.”
허진원 교수가 전담하고 있는 중환자실은 어떤 곳일까?
언제 생길지 모르는 응급 상황에 늘 긴장해야 하는 곳, 작은 변화에도 환자의 생사가 갈릴 수 있는 곳,
환자의 상태를 24시간 지켜봐야 하는 곳, 그곳이 바로 중환자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진원 교수가 중환자실을 전담하고 있는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이곳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24시간 허 교수의 마음이 향해 있는 곳, 중환자실로 함께 들어가 보자.


24시간 1초도 눈을 뗄 수 없는 환자

서관 3층의 중환자실에 들어서면 병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형 모니터에는 환자들의 심박수, 혈압 등이 실시간으로 확인되고
있다. 보호자 없이 의료진이 24시간 환자를 밀착 치료하는 곳이다.

“중환자실 환자의 상태는 아침, 저녁으로 달라요. 그래서 출퇴근 시간을 정해놓고 일하지는 못해요. 언제든 호출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중환자실에 없을 때도 대기 상태라고 보면 돼요.”


중환자실로 입원하는 환자의 원인은 다양하다. 패혈성 쇼크, 중증 폐렴, 항암 치료 중 생긴 패혈증 등 결국 대부분 폐의 상태가
악화되어 스스로 호흡하기 힘들어진 환자들이다.

“인공호흡기를 하고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산소를 얼마나 어떻게 공급할지가 매우 중요해요. 300cc를 줄지 500cc를 줄지, 1분에
몇 번 공급할지 또 환자의 산소 수치에 맞춰 공급량을 수시로 조절해야 합니다. 이걸 계속 모니터링 하는 것이 제 일이에요.”


매일 환자를 이렇게나 세심히 지켜보고 있자니 어느새 환자와 가족같이 된다는 허 교수의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환자의 트라우마가 되지 않게

 

중환자실에서의 기억은 환자에게 교통사고와 같은 충격이다.
이곳에서 한 달을 치료하고도 전담의인 허 교수를 기억하지 못하는 환자도
있다. 외상 후 증후군 때문이다.
그래서 허 교수는 환자의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 가장 노력한다.

“특히, 기관 절개를 하면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럴 때 ‘괜찮다.
좋아지면 제거할 수 있고 식사도 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지지해줘야 해요.”


또 밖에서 노심초사할 보호자들을 격려하는 것도 중환자실 의사의 몫이라는
허 교수.
믿을 수 있는 의사가 돼야 보호자가 가족을 맡기고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버님, 어머님

중환자실로 들어서자마자 허 교수는 80대 환자에게 다가가 스스럼없이 말을 건다.
‘아버님, 다리 운동은 좀 하셨어요? 많이 움직여야 돼요’
허 교수는 언제부턴가 환자를 ‘~씨’가 아닌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환자들이 부모님 나잇대가 되니까 마음이 더 쓰여요. 사실만 전하는 의사는 환자들이 딱딱하게 느껴요. 그래서 호칭도 그렇고 말도
편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중환자실 환자들은 다들 조금씩 예민하다. 치료도 힘들지만 세수부터 옷 갈아입는 것까지 모두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하니
사생활이 없다. 독불장군처럼 화를 내는 환자도 있고 우울감을 느끼는 환자도 있다. 이런 환자들에게 허 교수는 친절한 의사보다
딸같이 편한 의사가 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언제까지 중환자실에 남고 싶냐는 질문에 허 교수는 ‘체력이 닿을 때까지’라고 말한다.
또 그때가 언제냐고 물으니 ‘10년 뒤쯤’이라며 먼 얘기를 한다.
하지만 허진원 교수의 인생 계획은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바로! 그녀가 전담하고 있는 환자의 치료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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