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매 순간 환자와 공감하다 2017.09.26

매 순간 환자와 공감하다 - 종양내과 김선영 교수

 

전공의 1년차 때였다. 환자 보호자가 그녀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제대로 설명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환자는 뇌종양을 앓고 있었다. 아프기 전 그는 잘 나가던 의사였다. 검사 영상을 하나하나 펼쳐 설명해 달라고
했다.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일도 아닌데…’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며칠을 골똘히 생각했다. ‘그때 그 환자와 보호자의 마음은 어땠을까?’


병이 아닌 환자를 돌보는 의사

종양내과 김선영 교수는 진행암 환자를 위한 항암치료를 하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말기암 환자의 증상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치료를
한다. 그의 주전공은 대장암이다. 그가 대장암을 전공으로 선택한 건 말기암이라도 완치의 기회가 높고, 진행이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암과는 달리 2주에 한 번씩 항암치료를 하기 때문에 환자와 특별한 관계(라포)가 형성된다.

“종양내과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환자를 전인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같은 암을 앓고 있어도 어떤 이는 반복되는 감염이나
통증으로 고생하거나, 어떤 이는 불안이나 우울 등 정신적인 문제가 더 힘들 수 있어요.
암 치료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진료과의 협력으로 이루어지는데, 그 협력이 각자 개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거든요. 종양내과 의사는 환자를 개별질환의 집합체가 아닌 한 사람으로 보고 전인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의사이자 타과와
협력하여 통합적 치료 계획을 세우는 조정자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신약개발에도 관심이 많다. 현재 선배 교수들과 함께 환자 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기본으로 하는 표적치료제에 관한 기초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암은 환자마다 생물학적 특징이 다르고, 호소 증상이 다르다. 모든 대장암 환자에게 몇 가지 약제를 가지고 일괄적인
방법을 적용하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환자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는 최적화된 방법을 찾아내 치료하는
정밀치료가 가능하다. 현재 그는 치료 약제에 대한 새로운 타겟을 발굴해 약제를 적절한 시기에 교체하거나 치료의 순서를 바꾸는
식으로 환자마다 치료 방법을 최적화하는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다.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그는 자신이 달리기
계주의 한 주자라 생각하며 다음 주자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글을 쓰고 만화를 그리는 의사

 

김선영 교수는 만화를 그린다. 글쓰기를 좋아해 한때 소설가의 꿈을 꾸기도
했다. 학창시절부터 주변에서 관찰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길 좋아했다. 의대생의 생활이나 여자 당직실의 풍경 등 주로 소재는
일상에서 찾았다.
그렇게 짬짬이 그려낸 그림을 웹상에 올려 공유하기도 했다.

재미있어 시작했지만, 의사가 된 후 병원 곳곳에서 만난 환자와 보호자
이야기 뿐만 아니라 민감한 의료계 이슈를 건드리기도 한다. 한때 학회지
편집위원으로 일했던 경력이 알려져 2014년부터 1년간 의학전문지에
몇 편의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현장의 목소리와 동떨어진 정부의 의료 시스템에 대한 현직 의사의 생각을
나타내기도 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환자를 돌봐 줄 수 없는 의사의
안타까움을 기록하기도 한다. 그는 여전히 ‘환자에게 공감했던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주변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쓰고 그린다.

 

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를 위하여

진행암 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종양내과 의사로 일하면서 임종 직전의 환자들을 종종 만나곤 한다.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의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요즘 그의 가장 큰 고민이다.

“환자가 임종한 후 찾아와 감사를 표현하는 보호자가 있어요. 되돌아보니 환자가 임종을 잘 맞이할 수 있도록 환자와 보호자에게
과정마다 충분히 설명해주고 최선을 다했던 경우였어요. 돌아가시는 과정이 환자에게도 힘들지만 보호자에게도 큰 상처를 남길 수
있거든요. 세상에 남게 될 유가족에게도 병을 겪는 과정이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는 이 같은 이유로 연명의료문제와 호스피스 완화의료제도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얼마 전 한 의학전문지에 그의 만화가 실렸다.
연명치료법에 관한 만화였다. 중환자실에서 수많은 튜브에 연결된 모습으로 누워있는 환자. 그런 환자에게 적용하기에는 너무나도
비윤리적인 법적 과정에 관한 의사의 갈등을 다뤘다. 한 컷 만화는 백 마디 말보다 효과적이었다. 그의 그림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표시했다.

“질환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적극적으로 치료해줄 수 있지만, 더 이상 치료법이 없는 말기 환자는 병원에서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환자나 보호자가 마지막까지 불필요한 고통을 받지 않도록 호스피스 문화가 한 단계 성숙해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일과 진료를 하는 일 그리고 환자와 그 가족에게 마지막임을 알리는 일까지.
별개의 것으로 보이는 일들이 김선영 교수에게는 같은 의미일지도 모른다.
“그림의 소재를 떠올리다 보면 그 순간의 감정이 고스란히 떠오릅니다. 글도 만화도, 그리고 진료도 결국
사람과 관련된 일이기에 환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지 않으면 만들어 낼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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