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환자의 몸과 마음을 조각하는 의사 2017.09.26

환자의 몸과 마음을 조각하는 의사 - 유방외과 정일용 교수

 

갑상선암에 이어 국내 여성 암 2위의 유방암. 많은 환자가 암을 확인하며 한번 힘들어하고, 수술로 유방 일부를
절제하며 가슴을 잃었다는 상실감에 더 큰 고통을 겪는다. 환자들이 여성으로서의 자존감을 지키며 밝은 내일을
살아갈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는 정일용 교수를 만나봤다.


유방암 수술은 조각이다

2004년, 군의관 2년 차였던 정일용 교수는 아프가니스탄에 위치한 한국병원으로 의료봉사를 위해 파병을 떠나게 된다. 당시만 해도
한국인 피랍사망 사건과 탈레반의 자살폭탄테러로 한국군 모두 철수한 상황. 위험한 임무를 띠고 떠나려 할 때, 모교의 은사님과
건강히 돌아오면 유방외과에 몸담겠다는 약속을 하게 된다. 그리고 무사 귀환한 정 교수는 유방외과에 둥지를 틀고 지금까지 수많은
환자를 돌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안세현 교수님이 ‘유방암 수술은 조각이다’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말씀이 굉장히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유방암 수술은
암을 깨끗이 제거하면서도 최대한 아름다운 몸을 만들기 위해 마치 예술품처럼 섬세하게 조각을 하는 것이니까요. 수술 자국은 환자의
몸에 영원히 남는 것이니만큼 그 말씀을 저의 수술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환자의 삶의 질, 여생을 생각한다

 

유방암 환자들은 다른 암 환자들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환자들의 50% 이상이 디스트레스(나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겪는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환자들의 심적 안정을 통해 환자의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예쁘게 조각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짧은
진료시간이 늘 문제. 그래서 정일용 교수가 고민 끝에 생각해 낸 것이
모바일 기술을 이용한 환자 디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이다.

“애플리케이션과 손목에 착용하는 스마트 밴드를 통해 얻어진
환자들의 생활, 운동, 수면 패턴 등의 데이터로 환자들의 행동 변화나
정서적인 상태를 인지할 수 있다면 디스트레스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모바일 커뮤니티를 만들어
참여자들의 운동량을 스스로 점검하고 상호 피드백을 통해 신체 활동을
늘려 디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더욱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국책연구과제로 선정돼 2019년 말까지 진행하게 되는데, 참가하는 환자들의 입장에선 매일 설문도 해야 하고 귀찮은
일이지만 참여도가 꽤나 높은 편이다. 환자 스스로 환우 전체를 위해 좋은 연구자료가 된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환자들의 협조와 노력에 힘입어 정 교수는 환자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계속해서 채워주고 싶다고 말한다.


핑크빛 내일을 위해

‘암 생존자’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암 생존자는 암이 완치됐거나 오랫동안 재발 없이 생존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른바 ‘암 생존자 100만 시대’, 이제 암 치료뿐만 아니라 암 이후의 삶까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유방암은 치료 이후의 삶이 중요합니다. 암 생존자들은 일상으로 복귀한 후 신체적, 정신적으로 수술 이전과 너무나 다른 변화를 겪게
되거든요. 국민건강보험공단, 심평원의 국가 빅 데이터에 대한 표준화된 분석방법을 제시하고 유방암 생존자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게 연구의 목표입니다.”


인터뷰 동안 병마와 투병하는 환자들에게 정 교수의 따뜻한 저음의 음성과 말 한마디가 분명 큰 힘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도려내고 마는 수술이 아니라 작품을 만들듯 좋은 치료를 하고 싶다는
정 교수의 열정이 있는 한 환자들의 내일은 해피 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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