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아산인 이야기 아기들아, 우리 꽃길만 걷자! 2017.03.06

아기들아, 우리 꽃길만 걷자! - 신생아과 정의석 교수

 

조명은 낮고 적막감만 가득한 실내. 어디선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오는 작은 기계음 사이로 투명한 상자 속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작은 생명이 눈에 들어온다. 세상에 일찍 태어나, 또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의해
엄마의 푸근한 가슴 대신 인큐베이터에서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아기들.
24시간 그 곁에서 따뜻하고 섬세한 손길로 생명을 불어넣는 여린 아기들의 든든한 조력자,
신생아과 정의석 교수를 만났다.


세상의 모든 생명은 살아갈 권리가 있다

세상에 조금 일찍 나온 이른둥이, 선천성 기형이 있거나 예기치 못하게 분만 과정에서 건강이 위험해진 아기들을 돌보고 있는 정의석
교수.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에 의사를 택했고 그중에서도 가장 연약한 존재인 아기들에 이끌렸다. 아기들은 고통을 전혀 표현할
수 없기에 정 교수는 감성적으로 교감하려고 애쓴다. 진심을 다하다 보면 아기도 알아줄 거라는 확실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신생아과의 매력이요? 『무한가능성』이에요. 신생아는 우리가 생각하는 한계를 모두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비관적인 생각을
가졌던 게 부끄러울 정도로 조용하지만 빠르게 회복합니다. 이런 점이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 같아요.”


멀쩡했다가도 시시각각 나빠지는 긴급 상황이 일상인 신생아과. 단 1분이라도 눈을 돌렸다가는 아기들의 생명이 위험해지기 때문에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1년의 1/4가량은 꼬박 밤을 새며 연구실 한 켠에 놓아둔 매트에서 쪽잠을 자는 극한직업.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중독성이 있다고 정 교수는 말한다. 아기들의 힘든 인생을 함께 시작하며 의사이자 때론
엄마와 아빠의 마음이 되기에 아기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은 당연할 터다.


아기들에게 최고의 기회를 주자

 

출생 체중 1,500g 미만 극소 저체중 출생아의 생존율은 95%로 세계 유수의 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관련과의 유기적인 협진 시스템을 통해
국내 각지에서 전원 된 이른둥이와 고위험 신생아들의 치료가 원스톱으로 이뤄진다.

“태어나기 전에 진단돼 산전에 치료를 받고 태어나자마자 수술도 가능하거든요.
아기들의 고통과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는 거죠. 이런 시스템은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드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온 정의석 교수의 노력이 행복한 결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돌본 아기들을 생각하면 건강하게 병원을 나선 아기들보다 안타깝게
하늘나라로 떠나간 아기들이 훨씬 많이 떠오른다고.

‘보통의 아기들에겐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삶이 이 아기들에게는 왜 이렇게 힘든 걸까?’

작디작은 아기가 엄마, 아빠와 눈 한번 제대로 맞춰보지 못하고 떠나는 것을 볼 때면
‘나는 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 하는 자괴감에 빠질 때가 많다고 한다.

 

아기들의 무한잠재력을 믿기에

엄마 뱃속에서 나와 ‘첫울음’을 터트리는 아기들. 이 ‘첫울음’이 바로 호흡을 하는 것인데 이른둥이들은 ‘첫울음’을 터트릴 수가 없다.
폐가 미성숙한 채로 태어나 호흡 자체에 장애를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의석 교수는 아기들의 연약한 폐를 튼튼하게 키우는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 정 교수의 연구에 힘입어 가까운 미래엔 이른둥이 출신 마라톤 선수가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일 분, 일 초를 겨우 버티던 작은 아기가 무럭무럭 자라서 진료실 문을 열고 아장아장 걸어 들어오는 순간, 아마도 그 순간을 위해
모든 고됨을 견디는 것 같습니다.”


매 순간을 잘 버텨주는 아기들과 그 순간을 함께 견뎌 주시는 부모님들께 늘 감사한 마음으로 진료하고 있다는
정의석 교수. 한 명, 한 명의 작은 우주… 나를 잠 못 이루게 하는 존재들.
오늘도 정의석 교수가 지키는 신생아 중환자실의 밤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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